2013/04/08 15:47

걱정을 그만두고 인터넷을 사랑하는 법





출처: http://capcold.net/blog/7069






걱정을 그만두고 인터넷을 사랑하는 법

!@#… 최근 수년간 미디어 관련 논의(특히 학술과 비평)에서 무척 많이 부각되고 있는 이슈가 하나 있다. “인터넷이 우리의 사고를 얄팍하게 만들고 깊은 사고를 막는가”. 자세한 논의는 따로 필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인류문명 최고의 현인 가운데 한 명, 지금은 우주를 히치하이킹하고 있을 더글라스 아담스의 주옥같은 금언에 거의 동의한다:

 

걱정을 그만두고 인터넷을 사랑하는 법
How to Stop Worrying and Learn to Love the Internet

(전략)
1) 당신이 태어났을 때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은 그저 당연한 것이다.
2) 당신이 서른이 되기 전에 발명된 것들은 엄청나게 흥미진진하며 창의적인 것이다. 운이 좋으면 당신의 일자리도 만들어준다.
3) 서른살 이후에 발명된 것은 뭐가 되었든 자연의 질서를 위배하는 것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의 종말의 시작이다. 그런데 10년쯤 지나면 서서히, 사실은 괜찮은 것으로 판명된다.

이 법칙을 영화, 락음악, 워드프로세서, 휴대폰 등에 적용해보시면 당신의 지금 연령대가 딱 나온다.
(후략)

- 더글라스 아담스, 1999. (출처)

 

놀랍게도 이 글은 논란이 한창 진행중인 어제오늘 작성된 글이 아니라, 웹의 보편적 보급이 확대되고 있던 99년의 글이다. 이 내용을 2011년 블로그와 트위터 등 기타 모든 것에 대입할 때, 어떤 이들이 어떤 논리로 걱정 또는 난리를 피우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에 대한 단서가 되어준다. 사실 사회과학에서 늘 하는 이야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 세상에 대한 평가에는, 평가하는 이의 무언가가 반영된다니까. 훈련받은 과학자조차도 어느 정도 그렇고.

!@#… 인터넷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지 어떠는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3가지다.

a) 변화를 인정하기. 인정하지 않아도 새로운 무언가가 주류화된다. 막으려고 한다고 막힐 것도 아니다(충분한 권력이 있다면 정책적으로 지연시킬 수는 있겠지만). 변화 자체에 대해서 과거의 어떤 상황을 그리며 계몽적으로 투덜대는 것은 뇌력낭비다.

b) 변화를 유용하게 쓰는 방법을 만들기. 변하는 방식에 맞춰서, 그것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문제 제기 방식과 해결 방법론들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계산기의 시대에 계산기로 계속 사칙연산만 하고 있으면, 의미없는 기능 낭비이자 암산능력 감퇴일 뿐이다. 계산기가 있으면, 계산기로 더 잘 풀 수 있고 더 실세계 문제에 적용해볼 수 있는 복잡한 통계 계산들에 도전해야지. 발달한 외부기억 장치와 생각 교류의 네트워크라는 도구를 쓰다 보면, 혼자 깊은 사유에 노력을 들이는 능력은 덜 쓰는 만큼씩 감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복잡한 사회적 문제들을 함께 더 나은 방식으로 접근할 기회가 열린다. 질문을 더 적합하게, 답을 찾는 방법을 더 절묘하게 만들어내면 말이다. 게다가 솔직히, 인터넷 이전에도 딱히 깊게 사유하고 어쩌고 하던 사람들은 한줌이었지 뭐. 인쇄 책의 발명 이전에는 더욱 적었겠지.

c) 변화를 억지로 보편화하지 않기. 도구 활용이 가져오는 사회적 변화는, 곤충의 변태가 아니다. 짠 하고 어느 순간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는 먼저 변화를 받아들이고, 다른 많은 이들은 더 천천히, 어떤 이들은 아예 거부할 수도 있다. 누가 그 변화를 따라가기 싫으면 따라가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접근방식이 사회적으로 훨씬 의미있다. 다들 빨리 똑같이 변해야한다고 강요하는 순간, 변화에 따라가는 것 자체가 핵심이 되어, 정작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뒷전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접근법의 다양성을 해치고 말이다. SNS의 시대니 1인미디어가 최고라느니 해도 여전히 매스미디어의 힘, 딱딱한 전문학술논문의 가치는 펑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것들과 지금의 변화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유연하게 엮어낼 때, 비로소 지금 여기에서 가장 의미있는 내용으로 완성된다. 모든 이들이 깊이있는 개인적 사유만을 파야할 이유도 없고, 모든 이들이 hyper-connected 상태에 투신해야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런 여러 방식의 성과물들이 유연하게 결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방법을 만들어야할 뿐이다.

 

!@#… 그렇다면 외부기억과 네트워크가 점점 더 강조되는 지금 상황에서, 개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갖춰놔야 할 능력은 무엇일까. 즉 오늘날 “인터넷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들도록” 방치하지 않으려면 갖춰야 할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가치말이다. 또 다시, 3가지를 꼽고 싶다.

ㄱ) 확인력. 자신이 받아들인 정보 내용의 진위와 맥락을 확인하려는 의지, 그리고 실제로 확인해보기 위한 능력을 갖추는 것.

ㄴ) 수정력. 틀렸다고 확인했으면 냉큼 수정하기. 그리고 틀린 것으로 판명난 내용을 유포했다면, 마찬가지로 수정 내용을 유포하기.

ㄷ) 협업력. 무언가 공동의 성과물 목표를 놓고 다른 이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능력. 각자의 이야기만을 평행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과 조율을 통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위키의 항목 한 개일수도 있다. 릴레이 만화 프로젝트일수도 있다. 학술연구일수도 있다. 사회운동일수도 있다. 협업을 통해 얻으려는 목표를 세우고, 성과물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그 과정에 필요한 소통의 룰들을 합의하고, 더 적합한 내용들이 걸러지는 방식을 적용하고, 사람들이 뛰어들 수 있도록 동기부여방식을 만든다. 그 위에 각자의 생각, 정보를 합치고 조율하여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협업이 지향할 바다.

눈치챈 캡콜닷넷 단골 독자분들도 있겠지만, ㄱ)는 ‘백투더소스‘ 캠페인, ㄴ)는 ‘I might be wrong, so prove me wrong‘ 표어, ㄷ)는 ‘진보지식생태계‘ 캠페인 등을 통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내용들. 아마 앞으로도 온라인 캠페인을 제안할 때마다 대체로 이 틀거리와 접목되어 있을 것이다.

…걱정을 그만두고 인터넷을 사랑하고 싶으니까.

– Copyleft 2011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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