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걸 해보고싶어서 ehow도 찾아보고 이런저런 variation 찾아보고~
만들다가 김칫국마시면서 '다 하면 제목은 <Remake: R,G,B.> 로 해야지' 같은 망상도 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
털실이 다 얼기설기 엉켜있었는데도 쭉쭉 빼서 그냥 하고 있었는데 더이상 안 나가서 반대쪽에서 엉킨실을 풀었는데 이것도 참 명상의 시간이더라.
The yarns that prevented me to keep going was actually the same body, tangling itself and eventually being an obstacle for itself. 결국 자기가 자기 몸에 자기가 엉켜있는 것이더라.
나한테도 마찬가지로, 내가 행동하는 것을 방해하는건 나 자신뿐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밖에도 이것저것. 엉킨 실을 푸는 방법은 세게 당기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살살 푸는 것이라던가, 뭐 그런것.
삶의 교훈이란 참 사소한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는 거구나, 생각. 쓰고보니 참 오글거리지만ㅋㅋㅋ
좀 웃긴것이, 나는 저번에도 계란후라이 하면서도, 티스푼으로 밥 먹으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는데, 별거 아닌것에서도 인생을 찾는다는것이 뿌듯하면서도 오글거리면서도 신기하다 참.
나한테는 이렇게 사소한것도 소중하고 의미있는것인데.
기말 크리틱때 Core Studio 2 클래스에서 엄청 까인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것 같다. 물론 까이는 당시에는 속상해서 울기 직전이었지만..ㅋㅋ
어떻게 보면 나는 굉장히 이기적인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처음엔 셀프힐링이었고 나중에는 자신만의 미학이 되어버렸고.
영어 Artist Statement Peer editing에서 로리는 네 작품관은 흥미롭지만 공감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코어시간에도 마찬가지로, 너에게는 아름다워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건 아무 의미도 없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 때는 설명할 순 없었지만 나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어 마음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 그렇게 크리틱때 잘 나서는 내가 설명도 못하고 말문이 막혔더랬다.
파이널이 끝나고 이사를 하면서 이사를 도와주신 아저씨가 이렇게 많은 짐은 처음본다고 하시고, 내 노트북도 핸드폰도 용량이 가득 차고, 정말 내가 모으는것이 쓰레기에 불과한 것인지, 가치없는 것인지, 참 고민도 죄책감도 많이 들었었다.
나에게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겐 쓰레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니 속상했다. 내가 아름답게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아릅답다 생각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상담선생님 쉐릴이랑 이야기하고 정말 위로를 받았던 게, 쉐릴이 네가 모으는 것은 쓰레기가 아니고 너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고, 네가 모으는 컬렉션에도 너 나름의 고르는 기준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리고 이삿짐 싸는 걸 도와준 엄마도, 나의 잡동사니 컬렉션까지 버리지 않고, 잔소리 하지 않고, 모조리 싸서 짐이 많다고 하는 아저씨에게 변명도 해주시고, 나중에는 엄마도 나도 이것저것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사는 것이 아무래도 우리가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서 그런것이리라 하셨다.
쉐릴이랑 엄마랑 이야기하고 나니 나도 자신감이 좀 생겼다. 생각해보니 내 짐 20상자 중에 내 잡동사니 컬렉션은 한두박스밖에 안 되지 않았던가. 내가 베이킹과 요리를 즐겨 하지 않았다면 두어 박스가 덜 생겼을테고, 내가 재봉틀이 없었다면 한 박스가 더 줄었을 터였다. 내가 미술을 하지 않았다면 또 서너 박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또 한 박스.
나중에는 코어 시간에 그리 비평받았던 작품에도 변명거리가 생기더라. 왜 우리는 우리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행복해 할 수 없는 것이냐고. 예술이란 무조건 지금 있는 것을 비틀고 꼬아 사회비판의 의미를 띄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내가 manufactured goods인 유리병을 깨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CTA L 고가철도의 영상과 소리를 가감없이 오버레이해서 프로젝트했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에 너무나도 가까운 것이고 너무 매일매일과 다름없기때문에. 새롭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숨쉬는 일분 일초는 지루하고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물론 내 작품도 마스터피스는 아니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내 아이디어까지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
나에게 소중했던 어린 시절의 영상을 모아 만든 전시는 Research Studio 2 파이널 크리틱은 굉장히 호평이지 않았는가. "It might seem personal to you, but there is a bit of all humanity or all of your generation in there as well, and it's what makes certain art pieces really powerful," 라고.
나한테 필요한 것은 생각할 시간. 나에게 무엇이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왜 그런지, 그리고 그 소중함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지.
나도 사람이고, 분명 누군가가 봤던 것을, 앞으로 볼 것을 봤을 테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같은 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같은 고민을 했을 거야. '나'라는 사람은 여러 사람과 조금씩 닮아 있고,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나와 온전히 같은 사람은 없고 나는 나로서 유니크하다는 것. 뭐, 이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거지만.



